한 늙은 중이 스스로 산전을 일구고 종자좋은 메밀을 심었다.
봄이 되여 싹이 여섯뽐되게 자라자 늙은 중은 너무도 기뻐 《허, 금년에는 메밀국수를 배불리 먹게 되였군.》하였다.
이때 동자중이 옆에 있다가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요. 스님의 입에 국수가 들어가야 진짜로 먹은것이라고 할수 있소이다.》하고 말하였다.
가을때가 되여 메밀을 베여다 쌓으니 한마당 가득 찼다.
늙은 중은 그것을 보며 흐뭇하여 《이제는 국수를 배불리 먹게 되였군.》하였다.
그때 옆에 있던 동자중이 또다시 《스님의 입에 들어가야 진짜 먹은것이지요.》하고 말하였다.
타작이 다 끝나자 늙은 중은 그것으로 국수를 눌렀다.
드디여 국수를 큰 대접에 듬뿍 말아담았다.
구수한 국수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이제는 국수를 만들어놓았으니 어찌 다 먹은것이 아니랴.》
늙은 중이 이렇게 말하며 저가락을 들어 막 먹으려는데 동자중이 또다시 《헹, 스님의 입안에 들어가야 정말로 먹은것이오이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늙은 중은 화가 불끈 치밀어 꽥 소리쳤다.
《이놈아, 지금 국수그릇이 내 앞에 있고 이제 먹으면 되는것인데도 여적 입에 넣어야 진짜로 먹은것이라구? 이 고약한 놈.》
늙은 중은 동자중을 때리려고 불쑥 몸을 일으켰다.
이때 앞에 놓여있던 국수그릇이 왈칵 뒤집어져 국수가 땅바닥에 쏟아졌다.
그것을 본 동자중은 도망치며 소리쳤다.
《그것보시오이다. 입안에 넣어야 진짜 먹은것이라는데두요.》
늙은 중은 쏟아진 국수를 내려다보며 입만 쩝쩝 다시였고 옆에 있던 중들은 손벽을 치며 껄껄 웃어댔다.
속담에 스님의 입안에 넣어야 먹은것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것이다.
무슨 일이나 시작하기 쉬워도 끝까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뜻에서 이 말을 쓰게 되였다.